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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지방소멸] ⑤ '인간소비도시' 서울, 인구 블랙홀의 경고

기사승인 2017.12.18  17: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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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축소를 통해 살펴 본 지방소멸의 과정…서울도 예외는 아냐

/뉴스1

(서울=포커스데일리) '흉가 체험'이 한창이던 시절이 있었다. 방송사들이 앞다퉈 특집 프로그램을 내보낼 때, 인터넷 상에는 '3대 흉가' 리스트 따위가 떠돌아다녔다. 경기 광주시 '곤지암 정신병원', 충북 제천시 '늘봄가든', 경북 영덕군의 '영덕 폐가'가 바로 그것이다. 소문이 소문을 낳았다. 단순히 오래 방치됐을 뿐이라는 사실에는 누구도 관심이 없었다. 귀신을 봤다는 사람은 없었고, 뭇사람들의 호기심 또한 찰나였다.

적어도 지방에서는 이러한 폐가가 일상적인 풍경으로 자리잡았다. 2015년 기준으로 전국에 사람이 살지 않는 공가(空家)는 105만채나 존재한다. 전체 주택의 6.6%에 해당하는 숫자다. 소멸위험지수가 높은 곳은 정도가 더 심각하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지방소멸 2' 보고서를 통해 소멸위험진입지역의 공가 비율은 12.8%, 소멸고위험지역의 경우는 15.9%라고 지적했다. 10집 중 1집 이상은 빈 집인 셈이다. 3대 흉가 또한 마찬가지다. 이들 중 2곳이 소재한 영덕군과 제천시는 2017년 현재 소멸위험지수가 0.364, 0.598로 나타났다. 각각 소멸위험진입, 소멸주의 지역에 해당한다.

※소멸위험지수란 가임여성 인구 수를 65세 이상 노인 인구 수로 나눈 지표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인구 감소로 인해 소멸위험이 높은 기초단체로 분류된다. 0.2 미만일 경우 '소멸고위험지역, 0.5 미만일 경우 '소멸위험진입지역', 1.0 미만일 경우 '소멸주의단계'. ▶관련 기사 보러 가기

빈 집이 늘어나면서 도시가 쪼그라드는 과정은 지방이 소멸되는 단계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생활 가능한 임금 수준을 보장하지 못하는 농·어업은 물론, 기존 산업단지의 낙후와 쇠퇴는 젊은이들을 하여금 고향을 등지게 만든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빈집과 폐교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줄어드는 세수와 반대로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복지서비스의 수요가 늘어난다. 인구 감소와 무관하게 최소한의 공공서비스는 유지돼야 하기 때문에, 재정 상황은 부도 직전의 상황에 놓인다. 지자체가 사실상 기능을 멈추는 셈이다. 방치된 부동산이 범죄율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결국 해당 지역의 매력도는 떨어지고, 다시 생산가능인구의 유출을 더욱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나고, 노인들은 세상을 떠난다. 종내 인구는 0에 수렴하게 된다.

미국 디트로이트와 일본 유바리는 소멸을 향해 달리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의 저서 '지방도시 살생부'에 따르면 디트로이트는 미시간 주에서 재산세와 소득세가 가장 높은 도시다. 도시를 먹여살리던 자동차 산업이 쇠퇴하면서 디트로이트의 인구는 1950년 180만명에서 2013년 70만명 수준으로 감소한다. 이곳의 가로등 10%는 작동하지 않는다. 경찰 인력은 10년새 40% 줄었다. 경찰이 출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미국 평균의 5배다. 디트로이트가 미국 내 흉악범죄 발생률 1위라는 오명을 쓰게 된 이유다. 구글 스트리트뷰를 통해 살펴본 도시 곳곳엔 이처럼 무너진 주택들이 방치돼 있다.

※아래 이미지를 마우스로 드래그하거나 스마트폰을 상하좌우로 움직이면 시점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의 120%에 달하는 면적에 고작 9000명이 살고 있는 유바리 또한 마찬가지다. 한때 유바리에는 10만명이 살았다. 석탄산업의 전성기였던 1960년대의 일이다. 유바리시는 2006년 파산을 선언했다. 유소년 축구단이 이용하는 축구장의 골대 1개를 교체할 비용이 없어 2013년에는 크라우드펀딩이 진행되기도 했다. 유바리 전체 주택 중 공가 비율은 30%가 넘는다. 활력을 잃은 도시에는 아래와 같이 을씨년스러운 광경이 펼쳐진다.

지방소멸은 단순히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한국 상황에 비춰볼 때 디트로이트와 유바리만큼 극적인 몰락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자체 세수가 적어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재정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별다른 세제 개편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재정적자 규모는 갈수록 커지게 된다. 올해 재정적자 규모는 29조원에 달한다. 아래 재정자립도 지도를 본다면 수도권과 경남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역의 재정자립도 20%가 안됨을 알 수 있다. 

지방소멸은 대도시에도 직격탄이다. 일본 총무대신을 지낸 마스다 히로야 창성회의장은 저서 '지방소멸'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지방에서 도쿄로 인구가 빠져나가는 현상에 제동이 걸리지 않아 결국 지방의 도시가 '소멸'되는 한편 도쿄가 초과밀 도시로 남는 '극점 사회'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도쿄는 '인간을 소비하는 도시'다. 그런 곳에 젊은이들을 더 모으라는 것은 일본이라는 나라를 소멸시키려는 음모"라는 게 마스다 의장의 생각이다.

과장이 심하다고 느껴진다면 마스다 의장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지금도 젊은이들을 저임금으로 고용해 '쓰고 버리는' 곳이 도쿄라는 도시입니다. 그런 곳에 일자리를 원하는 지방 사람들이 대거 유입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런 곳에 젊은이들이 모여들면 저출산이 더욱 심각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집값은 비싸고, 지원이나 원조는 부족합니다. (…) '원래 시골에서 자녀를 키워야 할 사람들을 빨아들여서 지방을 소멸시킬 뿐만 아니라 모여든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해 결과적으로 나라 전체의 인구를 감소시킨다.' 저는 이것을 '인구의 블랙홀' 현상이라고 명명했습니다."

한국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2016년을 기준으로 광역단체 단위 합계출산율을 측정하면 서울은 0.94명으로, 17개 시도 중 최하위다. 유일하게 1.0 이상을 기록하지 못했다. 평균적으로 서울에 거주하는 가임여성 1명이 자녀 1명을 채 낳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서울이 1000만명에 달하는 인구 규모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이 지방에서 유입되는 사람들 덕분이었다. 이제는 옛날 얘기다. 2009년 3월 이후 8년7개월 동안 유입되는 인구보다 유출되는 인구가 더 많다. 지난 10월 서울로 유입된 인구는 10만9323명이지만, 유출된 인구는 12만64명이다. '인구 풀'이 줄어들고 있기에 서울 인구의 감소세 또한 더욱 가팔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지방이 소멸되고 나면, 다음 차례는 서울이다.

김도형 기자,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저작권자 © 포커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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